Characters: 딘/카스티엘/샘
Rating: NC-17 (1편은 R)
Warnings: 약물, 폭력, 성적 학대.... 에잇, 그냥 합쳐서 5.04 대한 암시 내지 언급.
Summary: 용서 받을 권리의 속편. 물론 카스티엘도 딘도 샘의 충고 같은 건 절대 듣지 않습니다. 샘과 카스티엘은 딘의 충고를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스티엘은 아예 충고를 하지 않습니다.
형제가 다시 만나 같이 다니게 된 지도 나흘이 지났다.
자기가 먼저 전화했을 때는 냉담하던 형이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어 태도를 바꾼 이유가 샘은 아주 궁금했다. 그러나 딘은 긴 이야기라며,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해주겠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이전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지금 샘은 딘과 다시 같이 있게 된 게 충분히 기뻐서 차마 강하게 추궁할 수 없었다. 게다가 딘이 사정을 비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도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되어 난감해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샘은 기다리기로 했다. 너무 기다리게 하면 결국 다시 추궁하겠지만.
거기다 샘이 딘에게 추궁하고 싶은 건 더 있었다. 딘이 다시 만나자고 전화하기 이틀 전 샘은 카스티엘에게 딘에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카스티엘이 샘의 충고를 따르지 않은 건 명백했다. 천사 나름대로 이유는 잔뜩 있을 거고 샘도 대부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 정말 바보도 저런 바보가 없다니까. 겨우 포기할 결심이 섰는데 막상 당사자들이 저러고 있어서야 원.....차라리?’
샘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딘이 바보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상처 입혀도 되는 건 아닌데다 카스티엘도 똑같이 바보이고 보면 딘이 바보란 이유로 그가 새삼 샘에게 넘어올 가능성도 없었다.
정말이지, 대책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왜 그래 샘?”
베이컨 치즈버거를 크게 한 입 물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딘이 물었다. 샘은 정신을 차리고 감자튀김을 입에 던져 넣었다.
“뭐 고민 있냐?”
“많지만...... 형도 다 알잖아.”
딘이 눈을 가늘게 하고 샘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더 별 말 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샘.”
식사를 다 마칠 때 쯤 되어 딘이 동생을 불렀다.
“왜 그래?”
샘은 입맛이 없는지 아까부터 커피만 홀짝거릴 뿐이었다.
“혹시, 애정 문제냐?”
샘은 컵에 절반 남아있던 커피를 몽땅 기도로 빨아들인 다음 딘의 얼굴을 향해 힘차게 전부 내뿜었다.
“야! 새미 너! 이게 무슨..... 으그, 디러.”
“무,무,무슨소리야그럴리가없잖아형이야말로아니아무튼암일도아니라니깟!!!”
냅킨을 뭉치 째 집어 들고 눈에 들어간 커피를 닦아내던 딘의 손이 멎었다.
“새미?”
“...........................”
“이렇게까지 애정 문제 맞다고 온 힘을 다해 어필하지 않아도 이 형님은 알아듣는다만?”
샘은 자기 얼굴이 빨개진 이유가 ‘애정 문제’ 때문인지 사래들려 기침이 나오기 때문인지 직전까지 바보바보 속으로 매도하던 형한테 속을 들켜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새애미, 그런 고민이 있다면 진작에 이 형님한테....”
“어떻게 안 거야?”
딘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고민할 만한 것 중에서 내가 모르는 게 그거뿐이니까.”
‘....................’
“그래서, 어떤 여자냐?”
샘은 탁자 밑으로 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우선 나가자.”
온 식당의 손님과 종업원들이 전부 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샘은 얼굴이 빨개진 채 딘의 얼굴에 연거푸 냅킨을 투척했다.
‘바보 형 때문에 내가 못살아!’
커피를 다 닦아내고 차로 돌아와서 샘은 딘이 냅킨에 묻혀 ‘애정 문제’를 다 잊었기를 간절히 빌었다. 물론 샘도 윈체스터이므로 그가 소망하는 일은 정확히 반대로 일어났다.
“그래서, 어떤 여자 문제? 식당일 하는 동안 쭉 빠진 바텐더라도 꼬셨냐?”
운전석에 앉자마자 딘은 그것부터 물었다. 샘은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했다.
“형.”
샘은 결심했다.
“응?”
“내 문제가 아니고 형 문제거든.”
카스티엘에게도 말했는데 딘에게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이 둘 사이를 명확하게 결론 내어놔야 앞으로 둘 또는 셋이서 같이 다닐 때 서로 눈치보고 숨기고 눈 마주쳤다 헛기침하고 공연히 뭐 사오라고 내보내고 등등 불편한 상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샘 윈체스터는 형을 위해, 카스티엘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제정신을 위해 딘에게 폭탄을 떨어뜨렸다.
“카스티엘은 형을 사랑해.”
딘은 샘을 놀리던 표정 그대로 굳었다. 만약에 대비하는 심정으로 샘은 차 키를 돌려서 딘이 막 걸어놓은 시동을 꺼버렸다.
“카스티엘은 형을 사랑해. 그저 천사라서, 상황이 이래서, 기타 등등한 이유 때문에 표현을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형이 먼저 고백하고 그를 확 끌어안아 버려. 어때?”
딘이 입을 벌렸다 닫았다. 3초 후 다시 입을 벌렸다 닫았다. 그 동작이 세 번 쯤 반복되자 샘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걸 느꼈다.
“왜 그래, 형도 카스티엘을 좋아하잖아. 그렇지? 캐스가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형 옆에 딱 붙어있었으면 해서 신 찾기도 그렇게 반대한 거잖아. 내 눈을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그가 형을 지옥에서 꺼낸 이후로 형 다른 여자 누구랑 잤어?”
답은 바로 나왔다.
“애나.”
“응. 그래서 천사도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알게 되었는데 뭐 깨달은 것 없어?”
이미 샘은 딘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반론과 변명에 대해 전부 생각하고 연구하고 재반론을 준비해 두었고 그러므로 여기서 딘이 굴복하고 카스티엘을 불러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외의 결말은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완전히 침묵해버린 딘을 보면서 샘은 잠깐 역시 나 변호사가 되었어도 성공했을 텐데 라는 자만심에 취했다.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형. 아포칼립스라고. 내일 따위 없다고 생각하란 말이야.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난 뒤에 후회하고 싶어? ‘지금 당장’ 고백하는 게 최선이야. 명백하게.”
그럼 그럼하고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딘이 그를 째렸다.
“난 그렇게 못해.”
“왜?”
“그건.......”
딘이 다시 한 번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차 시동을 켰다.
“도피하려고 들지 마. 형, 이번에는.........”
“그럼 넌 어떡하고? 나더러 네 눈앞에서 캐스를 낚아채라고?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러라고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샘이 침묵할 차례였다. 딘은 그 틈에 차를 출발시켰다.
“...........형.”
모텔까지 절반 쯤 왔을 때 샘이 말했다.
“형도 알고 있었어?”
“그래.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냐, 그 반짝거리는 강아지 눈을 보고.”
“하지만 나 처음 만났을 때 외에는........”
“동경하던 천사님이 인간 수천을 한 방에 날려 버리시겠다는 데 새미 어린이가 충격 받는 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너도 알듯이 캐스는 명령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본심은 아니었잖아. 너 캐스가 너 구해줬을 때 무지 안도했다? 그리고 캐스 천국에 붙들려갔을 때 얼마나 걱정하고 지미를 묶어두려고 노력했냐.”
“그거야 보내버리자던 형이 잘못한 거지. 난 어디까지나 논리적으로........”
“근데 나‘도’라는 건, 누가 또 알고 있는데?”
샘은 더 말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이상 저항은 무의미했다.
“카스티엘.”
딘은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뒤에서 오던 차들이 빵빵거렸지만 딘은 샘만 쳐다보았다.
“캐스가? 네가 캐스를 좋아하는 걸 캐스가 알고 있다고?”
샘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그래서 그 녀석이 뭐라고 했는데?”
“우선 모텔이 도착해서 마저 말하는 게 어떨까? 이러다 우리 사고 날 것 같거든.”
딘도 그 점을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아무튼, 가서 보자. 절대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형이야 말로.”
약 10분 후 형제는 모텔방에 들어가서 문을 잘 잠그고 어떤 액체나 기타 문제를 일으킬 물건도 가까이에 두지 않은 채 마주 앉았다. 샘이 먼저 숨을 들이쉬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형, 형이랑 캐스는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빨랑 고백하고 사귀고 행복하게 살란 말이야.”
“하지만 너도 캐스를 좋아하고 있잖아? 나도 알고 캐스도 안다며. 그런데 너만 따돌리고 우리더러 사귀라고? 말도 안 돼. 난 절대 그렇게 못 해.”
“하지만 그래서 우리 둘 다 손 놓고 있으면 뭐가 좋은데? 나는 형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행복하기 무지 힘든 상황이라는 건 알지만 그러니까 더 잡을 수 있는 건 잡아야지. 안 그래?”
“그리고 넌 불행하고.”
“안 불행해, 형.”
“우리들이 즐겁게 노는 동안 옆방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텐데?”
“형이 잠 못 이루고 한숨 쉬며 뒤척이는 소릴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것 보다는 낫거든.”
“네가 한숨 쉬고 뒤척이는 소리를 ‘못’듣는 내 심정은?”
“형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
“그러니까 널 무시하고 혼자 캐스랑 사귀어 봤자 내가 안 행복하다니까?”
“그래서 우리 셋이 이렇게 서로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도 다 알면서 서로 모른 척 하고 있으면 뭐가 좋아져? 우리 모두 행복해져? 이래서는 셋이 다 한숨 쉬는 결과밖에 안 나오잖아.”
이래서는 서로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샘은 어떻게 해야 이 고집불통 바보 형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지 말고 너랑 캐스랑 사귀는 게 어때?”
아까의 보복인지 이번엔 딘이 샘에게 폭탄을 던졌다.
“미쳤어, 형? 맨 처음에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캐스는 형을 사랑한다니까?”
“그래서 그가 넌 그냥 버려둘 것 같냐? 날 사랑한다면 너도 사랑해야 한다고.”
“내가 형 개야?”
“아니. 동생.”
“난 천사를 자기가 멋대로 동생에게 물려줘도 되는 물건 취급하는 또라이를 형으로 둔 적 없어.”
“물건 취급하는 게 아니야!”
딘이 갑자기 탁자를 양손으로 턱 짚으면서 소리를 쳤기에 샘은 깜짝 놀랐다. 딘은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 아냐. 난.......... 이봐, 새미. 좀 생각을 해 보라고. 카스티엘이 날 좋아해? 그래, 그건 인정해. 하지만 사람들이 결혼할 때 어디 좋은지 싫은지만 따지니? 환경이라든가 습관, 서로 대화는 통하는지 식습관이나 가치관은 맞는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이 사람이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걸...........”
“형이 캐스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는 건 백번 이해를 하겠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하나도 나을 거 없거든.”
“있어. 적어도 너는........... 으, 그러니까 지적인 대화 같은 것도 나눌 수 있을 거고 야한 농담이나 했다가 멀뚱멀뚱 쳐다보는 꼴도 볼 필요 없을 거고 포르노를 보거나 지나가는 여자한테 한눈을 팔지도 않을 거고.................”
“...............형, 설마 천사랑 사귀면서까지 바람을 피울 작정은 아니겠지, 그렇지?”
“그러니까 네가 더 낫다고. 넌 카스티엘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존경심을 품고 있잖아.”
“형?”
샘이 눈에 불신을 가득 담고 딘을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딘이 주춤했다.
“무슨 말이냐니?”
“‘카스티엘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존경심’이라니?”
“그거야.... 전에도 말했었잖아, 넌 내게 존경심을 보여야 한다 어쩌고...............”
“그 얘기가 아닌 것 같거든?”
샘이 눈에 힘을 주고 딘을 마주보았다. 딘은 더 이상 눈을 맞추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형?”
“나랑 있으면 캐스는 불행해져.”
딘이 변명조로 말했다.
“그리고 너도 불행해져. 너희 둘이 결합해서 서로 의지가 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야. 그럼,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아.”
“형.”
샘이 이를 갈며 말했다.
“형이 자기 비하에 찌든 개새끼라는 건 오래오래 알고 있었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를 당장 털어놓지 않으면 카스티엘을 불러서 형 생각을 읽으라고 하겠어.”
“...............야?!”
딘이 소리 질렀지만 샘은 눈도 깜짝 안했다.
“이건 우리 셋 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야. 카스티엘도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해서 기꺼이 형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 잠깐이잖아.”
“그게, 얌마! 말이 되는 소릴 해!”
딘은 양팔로 자기 머리를 감쌌다. 그래봐야 아무 의미도 없지만.
“자, 털어놔.”
샘은 보란 듯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역시 보란 듯이 주소록에서 카스티엘의 번호를 찾아 불러냈다.
샘의 엄지손가락이 통화 버튼에 가 닿았다.
“.........아, 알았어, 제기랄! 말 할 테니까 캐스는 부르지 마!”
딘이 항복했다.
“그 놈한테 만은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단 말이다............ 젠장.”
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드라마틱한 효과였기 때문에 샘은 조금 놀랐다.
“이건........ 그러니까 너한테 전화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이야긴데.”
딘이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그가 정말로 난감한 표정을 했다. 샘은 불안해졌다.
“왜 그래, 형은 이미 지옥에도 갔다 왔고 그 얘기도 나한테 했잖아. 뭐가 문젠데?”
“지옥. 하.”
딘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차라리 지옥이 낫지.”
“..............형?”
“미래에 갔다 왔어.”
샘은 입을 다물었다. 딘이 계속 말했다.
“재커라이어 놈이 빌어먹을 여호와의 증인 가지고 날 찾아내서는 5년 뒤 미래로 날려버렸어. 네가 루시퍼한테 예라고 말한 미래로.”
샘이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그런 미래는 샘 자신에게도 가장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게 정말 운명 지어진 미래인지, 아니면 내가 미카엘한테 몸을 내주게 하려고 재커라이어 새끼가 만들어낸 망상인지 그건 모르겠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네가 무너지면 나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거 하고................”
딘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5년 뒤의 난 진짜 개새끼였어. 그거 알아? 크로아톤 바이러스가 퍼져서 세상에는 좀비들이 널려있고 난 캠프랍시고 생존자들을 모아서 살고 있었어. 그것까진 뭐 그럴 듯 해. 그 놈이 나한테 네가 루시퍼한테 대답하기 전에 내가 미카엘한테 대답해서 전쟁을 끝내면 이 꼴 안 볼 수 있다고 소리소리 지른 것도 이해할 만 해. 그런데...................”
딘이 다시 샘을 바라보았다. 샘은 자기가 어쩌자고 형에게 이런 걸 털어놓게 만들었는지 자기를 패고 싶었다.
“마지막에 루시퍼를 죽이러 갔는데.... 그놈이, 내가 캐스를 우글우글한 악마와 좀비들 가운데 미끼로 던지고 죽게 내버려 뒀어.”
샘은 입을 벌렸다. 정말, 정말로 그는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다.
“천사들이 떠나고 캐스는 힘을 몽땅 잃고 인간이나 다름없는 몸이 되었어. 그런데 그 새끼는, 나는 그런 캐스가 비참함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망가지게 내버려 뒀어. 아, 그래. 나 자신도 고통과 비참함에서 몸부림 치고 있었으니까.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마왕하고 손을 잡아버렸거든.”
“형!”
샘이 딘의 어깨를 잡았다.
“그건 재커라이어가 보여준 환각일 뿐이야. 속지 마.”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환각에 내가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렸다는 게 중요해!”
딘이 샘의 손을 뿌리쳤다.
“난 절대 그 새끼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하지만............ 정말 네가 루시퍼하고 손을 잡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그 때도 이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그 모든 고통과 좌절을 캐스에게 화풀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가 그를 학대하고 모욕하고 쓸모없는 물건 취급해서 그를 술과 마약에 찌든 매춘부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걸까?”
샘은 너무 놀라서 입도 열지 못했다. 딘이 쓴 미소를 짓고 그를 바라보았다.
“알겠냐? 너랑 캐스랑 잘 되어서 너는 루시퍼가 안 되고 나는 캐스를 망가뜨리지 않는 거야. 그게 최선이라고. 안 그래?”
샘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딘이 안고 있는 절망적인 공포를 어떻게도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 형의 마음은?”
“알게 뭐냐, 그딴 거.”
샘이 간신히 반문해보았으나 딘은 단칼에 잘라버렸다.
“난 이미 마음 정했어. 이대로 하는 거야. 착한 새미 어린이가 형의 행복을 걱정해주는 거라면, 난 그 미래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행복해서 아주 미칠 지경이야. 알았어? 그러니 네가 캐스와 애인이 되는 거다?”
샘은 대답하지 못했다. 딘이 아까 샘이 탁자에 내려놨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펼쳐진 채로 여전히 카스티엘의 번호가 디스플레이에 떠 있었다.
딘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녕, 캐스? 아, 샘은 괜찮아. 바로 옆에 멀쩡히 있어. 근데, 할 말이 있어서 그러거든? 중요한 거야. 여긴 일리노이에 있는 벤자민 모텔 202호인데 안 바쁘면 당장 와.”
샘이 무슨 꿍꿍이냐고 묻기도 전에 딘은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카스티엘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딘?”
“너, 기왕 타락한 김에 애인을 사귀면 어때?”
딘이 짐짓 쾌활한 어조로 말하자 카스티엘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가 답을 구하는 태도로 샘을 돌아보았으나 샘이라고 해서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흥미는 있지, 그렇지? 사창가에 있을 때도 덜덜 떨면서도 결국 방까지 같이 들어갔잖아.”
샘은 눈을 크게 뜨고 자기 형을 바라보았다. 이 불경한 인간이 천사를 대체 어디까지 타락시키려고 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까 들었던 미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긴 하지만.
“알지 모르겠는데, 그거 남자끼리도 가능하거든?”
딘이 샘을 곁눈질했다.
“마침 너 좋다는 인간도 여기 있고 시도해보라고. 뭐 나만큼 테크닉이 뛰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샘도 나름대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많이 갖추고 있다고. 잘 해줄 거야.”
“..................딘?”
카스티엘이 당황한 표정으로 딘과 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금쯤은 공포에 질려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샘은 정말로 이 천사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구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기 자신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딘이 카스티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굳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그를 샘이 서 있는 쪽으로 떠다밀었다. 카스티엘이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게 둘 수는 없었으므로 샘은 쓰러지는 카스티엘에게 달려가 그를 받아 안았다.
“그대로 꽉 잡고 놓지 마라, 샘 윈체스터. 아니면 넌 평생 새미보이다.”
치사한 협박을 남겨놓고 딘은 재빨리 방 밖으로 나갔다.
“난 오늘 안 들어올 테니까 둘 다 즐거운 시간 보내! 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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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리온님께 약속한 3p 시작입니다. 앞으로 두 편은 창고로 갑니다. 이것만 밖으로 꺼낸 이유는 독자를 낚기 위해서... 가 아니라 비번을 뭘로 할지 아직 못 정했기 때문입니다.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