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01/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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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아스가르드에서 돌아온 토르까지 해서 어벤저 전원은 콜슨의 사무실에 모였다.
“믿을 수 없어!”
클린트가 주장했다.
“필은 이렇게 혼자 멋대로 사라져버릴 만큼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콜슨이라고 해도 지금은 좀.... 특별한 상황이잖아. 혼자 있고 싶어졌다고 해서 이상할 거 있어?”
브루스가 반론했다.
“하지만 필이 떠났다면 적어도 개인 물품은 챙기고, 서류도 다 정리하고..”
“그러다간 영원히 못 떠날걸.”
콜슨을 영원히 못 떠나게 만드는 주범인 토니가 지적했다.
“.....좋아, 서류는 그렇다 치자고. 그래도 최소한의 업무 인수인계는 해야 할 것 아냐?”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임신은 여자들한테도 힘들어. 끊겼다 해도 하나 이상할 일이 아니야.”
나타샤가 말했다.
“그래도 집에도 없다는 건 이상해.”
스티브가 말했다.
“집에 있으면 바로 찾아갈 게 분명하니까 피했을 수도 있지.”
브루스가 주장했다.
“어느 쪽이든.”
퓨리가 그 문제의 사표를 집어 들었다.
“이걸 나에게 제출한 게 아니라 자기 책상에 올려놓은 채로 사라져서는 제대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볼 수가 없어. 따라서 그는 여전히 실드의 요원이고, 모든 연락 수단에 응답치 않으니 실종 상태인거다.”
“며칠 시간을 줄 생각도 없는 건가요?”
나타샤가 물었다.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 그저 만약을 대비해서 소재는 파악해두고 싶다는 거지.”
그 말엔 나타샤와 브루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해도 콜슨 역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잘못되고야 마는 어벤저 관련자 중의 한 사람, 때마침 이럴 때 악당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한다거나 그러지 말란 법이 없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상대가 콜슨인 걸 생각하면.”
나타샤가 한숨을 쉬었다.
“그야, 필도 공연히 실드 2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아는 추적 방식은 다 알고 있을 테고, 아마 전부 대비도 했겠지.”
“실드에서 사용하던 과학 기술로는 무리야.”
클린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토니는 개인적인 모욕이라도 들은 표정이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아는 방법이 전혀 안 통한다면, 뭐, 우리가 모르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거야?”
“그래.”
퓨리가 기대하지 않은 학업 성취를 보인 지진아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토니를 쳐다보았다.
“바로 그렇게 해야지.”
그리고 퓨리는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콜슨이 있었다면 지금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서두르라고 연락했을 텐데.”
나타샤가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마법?”
토니가 싫은 표정을 했다.
“안 그래도 콜슨의 임신 사실 때문에 그를 부른 참이니까. 생각보다 일이 더 급박해지긴 했지만.”
토르가 손을 들었다.
“마법이 필요한 거라면 나 로키한테 연락할 수...”
“안 돼!”
토르를 제외한 어벤저 전원이 입을 모아 외쳤다.
마법으로 인해 남자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닥터 스트레인지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는지 그는 며칠 안 걸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콜슨이 사라졌다는 소식에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스트레인지는 별 말 없이 추적 주문을 사용했다.
“어디에 있나?”
퓨리가 물었다. 어벤저들은 이미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기 중이었다.
“국장님, 혹시 콜슨 요원은 마법에 대한 내성이나 또는 적성이 있었습니까?”
“이전에 자네가 검사했을 땐 어땠나?”
“그런 징후는 전혀 없었습니다.”
퓨리의 얼굴에는 ‘그럼 대체 왜 나한테 묻는데?!’라는 말이 크고 또렷하게 써 있었지만 스트레인지는 안 보고 다시 마법식으로 눈을 돌렸다.
“매우 이상하군요, 콜슨 요원은 마법적인 플레인에서 완전히 차단되어 있습니다. 내가 그를 이미 만나서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말에 클린트가 달려들었다.
“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걱정 말게나, 젊은이. 죽었다는 소리가 아니니까. 도리어 죽었다면 이렇게 깨끗이 감춰질 리가 없지.”
“......그럼?”
“우선 아주 강력한 마법물품이나 마법 사용자가 개입했다고 의심해볼 수가 있지. 국장님, 코스믹 큐브는 무사하겠지요?”
“무사할 뿐더러, 콜슨이 우리에게서 숨기 위해서라도 그것에 손댔을 리도 없을 뿐더러, 손댔다 한들 그에게는 그런 물건을 사용할 기술이 없네.”
“그건 모르는 겁니다. 큐브는 인간의 의지에 반응하니.”
토르가 한 걸음 나섰다.
“우리의 친구에게 모욕이 될 수도 있는 말은 그만두시지, 마법사. 실드의 마법사가 안 된다면 역시 로키에게 부탁.....”
“안된다니까!”
이번에도 어벤저가 합창하여 토르를 입 다물게 했다. 토르는 불만스럽게 입을 내밀었으나 그 이상 뭐라 말하지는 않았다.
똑똑
“들어오게.”
퓨리가 문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 좋아 보이는 대머리 요원이 들어왔다.
“싯웰 요원.”
“저, 쓸데없는 참견인지도 모르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콜슨 요원의 그 날 행동을 분석해봤거든요.”
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푸라기가 끊어진 지금 뭐라도 정보가 있다면 들어두고 싶었다.
“그 날 퇴거한 기록이 없더라고요. 출입 기록도, 보안 카메라 영상도. 전혀. 그 사람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전부 피할 수 있으려니 해서 처음에만 해도 신경 안 썼습니다만, 음.”
“핵심이 뭔가?”
싯웰이 한 차례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왜 국장님은 콜슨 요원이 자발적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퓨리 뿐 아니라 어벤저들은 전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표정이 되었다.
“그게 말입니다, 숨으려고 작정을 했다면 자기 사무실에서 그냥 사라지기보다는 긴급 출장 업무라도 하나 꾸며내서 행적을 위조하며 며칠 시간을 번 뒤에....”
“무슨 말인지 알겠네.”
퓨리가 말했다.
“그렇군, 그가 자발적으로 사라진 게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어.”
“난 생각했다고!”
클린트가 외쳤다.
“이상하다고, 필답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진정해, 클린트. 지금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해.”
스티브가 말했다.
“콜슨이 비자발적으로 사라진 거라면, 누가 그런 거지? 아니 누가 그럴 수 있는 거지?”
토니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가며 말을 시작했다.
“어디보자, 실드에 소리 소문 없이 침입해야 하고, 콜슨을 제압해야, 그것도 조용히 제압해야 하고, 콜슨의 필적으로 사표를 위조해야 하고, 그를 데리고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실드의 보안을 빠져나가야 하고, 마법적으로 완전 차단을 시킬 수 있어야 하지.”
“로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왜?”
클린트가 물었다.
“....임신한 남자에게 흥미가 생겼다거나?”
나타샤가 자신 없이 말했다.
“필이 임신한 걸 그 놈이 어떻게 아는데!”
“내가 말했으니까?”
방 안의 전원은 토르를 쳐다보았다.
“뭐라고?”
한참 만에 대표로 퓨리가 물었다.
“얼마 전에, 임신한 동료에게 어떤 배려나 선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아스가르드에 갔었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결혼과 출산의 여신이시긴 해도 남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역시 이런 건 경험자에게 묻는 게 최고지 싶어서.......”
“야 이새꺄!!”
이번엔 스티브조차도 클린트를 말리지 못했다.
한참이나 후에, 마침내 클린트를 토르에게서 떼어놓고 싯웰 요원에겐 콜슨의 현 상태에 대해서 입단속을 시키고 - 쓸데없이 입을 놀렸다간 천둥신도 쳐맞는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 뒤라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 스트레인지에게는 로키의 은닉 마법을 깰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한 뒤 퓨리는 어벤저들 모두는 다른 지시가 있을 때 까지 맨션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악당이 나타나면 어쩌냐고 토니가 항의하자 차라리 판타스틱 포에게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하는 걸로 봐서 이 구류 조치는 좀 오래갈 것 같았다.
클린트는 우리에 갇힌 야생 사자 같았다.
스티브도 그 심정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콜슨이 로키에게, 무려 로키에게 잡혀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다른 어떤 마법사가 방법을 찾기만을 기다려야 하다니. 하지만 퓨리의 조치도 옳은 게, 그래서 지금 클린트가 활과 화살을 들고 온 뉴욕 시내를 쏘다닌들 뭔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스티브 자신도 초조한 건 마찬가지라서 잠시 주의라도 돌리기 위해 청소나 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실드와 어벤저 관계자 외에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스티브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로저스입니다.”
-어이, 스티브.
“로건.”
-잘 지냈어?
스티브는 잠깐 고민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잘 못 지냈다고 말해야 맞겠지만.
“뭐 그런대로. 넌?”
-괜찮아. 그 바보 녀석은 어때, 애인하고는 잘 화해했어?
“.........아니.”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기랴.
“실은 그 애인이 마법을 사용하는 이계 신족에게 납치되어 행방이 묘연해져버렸어. 지금 찾으려고 노력중이야.”
-........어디 꼭 스캇 같은 녀석이 또 있군.
로건이 중얼거렸다.
“응?”
-그래서, 찾을 전망은? 실드면 이것저것 수단은 많잖아.
스티브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그렇지가 않아. 상대가 워낙 강력한데다 마법적으로도 차단되어 있어서.”
-마법이라. 그거 초능력도 차단하냐?
그 점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글쎄?”
-우리 쪽 영감이 사람 찾는 건 전문이거든. 한 번 물어보면 어때?
스티브는 벌떡 일어났다.
“국장님한테 말할게. 고마워, 로건.”
-별 말씀을.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퓨리는 완전 무장한 어벤저 전원을 이끌고 자비에 영재학교에 들어섰다.
“환영합니다, 퓨리 국장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자비에 교수님.”
문화적으로 인사를 나누고 퓨리는 준비해 온 콜슨의 사진, 프로필, 지문 및 유전자 샘플, 가까이 쓰던 소지품에 뇌파 기록까지 전부 자비에 에게 건넸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니까요.”
“죄송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전부 준비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자비에 교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레브로 룸으로 내려갔다. 어벤저들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스톰이 차라도 한 잔 하겠냐고 권했지만 금방이라도 얹힐 것 같은 일행들의 표정을 보고 그만 두었다.
“이해해요.”
스톰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도 스캇이 납치되면 아무리 도움이 안 된다고 알아도 긴장을 풀거나 하지 못하니까요.”
그 스캇이란 사람의 정체에 대해 스티브는 새삼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가정문이 아닌 것도 신경 쓰였다.
그러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마음을 비워주시기 바랍니다.
비우다니, 뭘? 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토니의 외침이 먼 것 처럼 들렸다. 무시하고 스티브는 전해지는 정보에 집중했다. 콜슨이 있는 곳의 위치였다.
-이게 올라가서 말로 하는 것 보다 빠를 것 같아....
“고맙수다, 교수님!”
클린트가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가자고!”
이견을 내는 사람은 없었다. 어벤저들은 각자 짤막한 감사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로키의 거쳐로 달려갔다.
한동안 창밖을 내다보다 콜슨은 퍼뜩 다시 책상으로 몸을 돌렸다. 다 써서 봉투에까지 넣어놓은 사표가 눈에 들어왔다.
어째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실드는 아이를 키우기에 적당한 직장이 아니었다. 출산 휴가나 보육 시설 같은 문제 이전에, 언제 죽거나 불구가 되도 이상하지 않는 업무 내용도 그렇지만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한 두 달쯤 연락도 할 수 없는 곳으로 장기 출장을 가거나 심지어 그런 일이 없을 때 조차도 10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일을 하며 혼자 아이를 키울 수는 없었다.
혼자.
가슴이 찌르듯 아팠다. 클린트 바턴 역시 실드 요원인건 마찬가지니 그와 함께 한다 해서 뭔가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건만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 참을 수 없을 만큼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가 조심스럽게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아직은 태동이 느껴지기는 고사하고 겉보기엔 거의 달라지지도 않은 상태지만 초음파나 MRI 사진을 통해 본 모습은 머릿속에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기회였다. 포기하고 있던, 가정을 가질 기회.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데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
실드 일에 헌신적이기는 아마 퓨리를 제외하면 비할 자가 없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기는 교체 가능한 인원이었다. 슈퍼 영웅인 것도 아닌. 자기 말고도 실드 요원은 많이 있지만 이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 줄 사람은 자기뿐이었다.
“한참 찾았어.”
콜슨은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도사렸다. 로키가, 완전 무장을 하고 손에는 무슨 창 같은 무기까지 들고 있는 로키가 자기 사무실 안에 서 있었다.
“바보 같은 둠이 내 생체 조직을 가지고 뭘 하나 했더니, 하이드라를 거쳐 실드에까지 흘러들어왔을 줄이야.”
콜슨은 총을 빼들었다. 로키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아이에게 해를 입히게 둘 수는 없었다.
로키는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봉투를 보고는 집어 들어 사직서를 꺼내 읽었다. 그의 주의가 돌려진 틈을 타서 콜슨은 경보를 울리려고 했지만 비상 스위치를 눌러도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아기를 위해서 실드를 그만둘 결심을 하고 있는 건가. 훌륭한 엄마가 될 자질이 보이는군.”
“누군가 아이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 않으면 그렇겠지.”
“누군가? 누구?”
콜슨은 싸울 태세 만만이었지만 로키는 어깨만 으쓱했다.
“친해하는 필 콜슨, 내 의도를 완전히 잘못 짚고 있군.”
그가 콜슨에게 다가섰다. 콜슨은 뒷걸음질 쳤다. 그가 벽에 부딪히자 로키가 손을 뻗어 콜슨의 팔을 잡았다.
“우선, 어디 조용하고 편안히 이야기를 나눌 만한 곳으로 가자고.”
- 2012/01/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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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슈퍼악당들이란 이럴 때에 한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있는 걸까. 스티브는 아주 원망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아까는 외교부로부터 이상한 연락이 왔었다. 요약하자면 라트베리아에 있는 둠의 성 중 하나가 폭삭 무너졌는데 혹시 니들 짓이냐, 하는. 무슨 소리냐고 우리는 지금 둠이 둠봇을 넉넉히 이끌고 공격하러 와주기만을 학수고대중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스티브는 어벤저 중 누구도 그 일과는 연관이 없다고만 분명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날 이후로 콜슨은 어벤저 맨션 가까이에도 오지 않았다. 일이 없으니 오게 할 명분도 없었다.
토니는 문제 해결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다시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클린트는 자기 방에 처박혀서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토르는 어머니와 의논할 게 있다며 아스가르드로 돌아가 버렸고 자신과 나타샤와 브루스는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지 각자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아직 아무도 아무 말도 없는 걸로 봐선 누구도 답은 못 찾은 모양이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사건이 하늘에서 뚝....은 좀 위험하니까 안 되고 평화롭게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통해 들어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스티브는 역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클린트와 이야기를 해 보는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심하고 일어서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어?’
놀라운 우연에 잠시 당황하다 스티브는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갔다. 정말로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사건이나 인물이 찾아왔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아무튼 손님은 맞아들어야 하니까.
-로저스씨께 손님이 오셨습니다.
자비스가 알렸다.
“내 손님이라고?”
일단 자비스가 손님이라고 인식하는 거 보면 적은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스티브는 현관문을 열었다.
“어이, 캡틴. 오랜만이야.”
나타난 사람은 머리 위 양쪽으로 쫑긋 솟은 머리모양이 특징적인, 70년 전 기억에 있는 사람이었다.
“....제임스?”
“이젠 로건이라고 불러.”
옛 전우가 씩 웃으며 스티브의 어깨를 두드렸다.
“부활했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러 왔어. 어...... 나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오랜만이야.”
스티브는 진심으로 밝게 웃었다. 이전 삶의 친구를 다시 만나다니 이런 꿈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전혀 안 늙었네? 어떻게 된 거야?”
로건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 돌연변이 능력이라는 거지. 상처 뿐 아니라 노화까지도 ‘치유’되는 모양이더라고.”
“저런.”
축하를 하거나 부러워하기에는 스티브 자신이 태어난 시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 게 얼마나 안 좋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뭐 나쁘지는 않아.”
로건은 웃었다.
“그렇지, 나는 요새 엑스맨들하고 함께 있어.”
“엑스맨? 아, 그 자비에 교수의 영재 학교.”
로건이 싫은 표정을 했다.
“그래, 일단은 체육 선생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다.”
“풋.”
스티브는 그만 웃어버렸다. 오래 함께 한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의 성격이라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봐, 캡틴까지.”
“그냥 스티브라고 불러줘.”
스티브가 말했다.
“그나저나, 뭐라도 마시지 않겠어?”
“좋지.”
로건이 반색을 했다.
“그놈의 집구석은 맥주 한 병이 없다고!”
식당으로 가면서 스티브가 지극히 그 다운 대답을 했다.
“그야, 학교니까.”
“이봐.......”
“걱정 마, 여기는 토니 스타크의 서식처라고. 술이라면 나도 취하게 만들 수도 있을 만큼 있어.”
잠깐 생각하고 스티브가 덧붙였다.
“물론, 돌아갈 때 음주 운전이 안 될 정도만이야.”
“그 정도쯤 나도 생각하고 있어.”
로건이 순순히 동의했다.
“어차피 학교 심부름으로 나온 거라고 오래는 못 있어.”
“학교 심부름이라......”
제임스, 로건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70년 전으로 돌아가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과연 그럴 리가 없었다. 시대는 바뀌고, 하워드의 아들은 아이언맨이 되고, 제임스 하울렛이 학교 선생이 되고, 그 외 그는 상상도 못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가능해지고, 심지어는.....
.......콜슨이 임신한 건 시대와는 관계없지만. 전혀.
“왜 그래, 스티브?”
그의 기색이 바뀐 걸 눈치 챘는지 로건이 물었다.
“아니, 별 건 아니고...........”
“그렇지 않아도.”
로건이 코를 킁킁거렸다.
“여기 뭔가...... 걱정과 불안으로 꽉 차 있는 느낌인데.”
“냄새로 그런 것 까지 알 수 있어?”
“이만큼 강력하면 어떻게든.”
스티브는 조금 좌절했다.
“어..... 그, 동료들 사이에 좀 트러블이 있어.”
차마 사실대로는 말할 수 없어 스티브는 그렇게만 얼버무렸다.
“그런데 나 같이 외부인이 돌아다녀도 될까?”
스티브는 식당 문을 열었다.
“괜찮아, 어차피 둘 다 틀어박혀서는 모습도 안.........”
“여, 캡틴.”
“.......클린트?”
방에 틀어박혀서 꾸물꾸물거리거나 사격장에 가서 훈련 시설을 부수고 있을 줄 알았던 그가 식당에 있었다. 것도 맥주병을 잔뜩 꺼내놓고.
“뒤에 있는 형씨는 누구야?”
“어, 음, 내 옛 동료야.”
클린트는 웃었다.
“캡틴이 옛 동료라고 말하니까 꼭 1940년대 사람 같잖아.”
사실이 그러하지만. 뭐라 말해야 좋을까 고민하는 스티브를 지나쳐 로건이 클린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로건이다.”
“클린트. 호크아이라고도 하지.”
클린트가 손을 맞잡았다.
“아, 네가 그 로빈후드냐.”
클린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맥주병을 하나 내밀었다. 로건은 받아들곤 발톱을 하나 꺼내 주둥이를 잘라버렸다.
“......울버린?”
이번에는 로건이 싱긋 웃었다.
“저, 클린트?”
저절로 주름이 생기려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스티브가 말했다.
“지금은 술을 마시기에 그리 적당하지 않은 때 같은데. 도피하기보다는 차라리 콜슨과 이야기를 해 보는 게 낫지 않아?”
“나도 그러고 싶어!”
클린트가 벌떡 일어났다.
“제발 스티브, 필한테 전화 좀 해줘.”
“왜 내가?”
“그야 필이 내 전화는 안 받으니까!”
클린트는 당장이라도 식탁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할 것 처럼 보였다.
“전화도 안 받고 어벤저 내부 통신에도 응답을 안 하고 메신저도 답이 없고, 개인용 업무용 둘 다! 심지어 메일을 보낸 것도 여전히 읽지 않음이야, 어쩌면 좋아?”
“어, 음......”
아이를 떼라고 말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건 콜슨도 너무하지 않을까 스티브는 생각했다. 혹시 그 콜슨조차도 임신 중엔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거나 그래서 까닭 없이 우울해지거나 비이성적이 되거나 하는 걸까?
스티브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냉정 침착의 대명사 필 콜슨마저도 그런 거라면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여자들의 정신력은 남자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인 게 분명했다. 아니라면 인류가 어떻게 멸종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뭐야, 연애 문제냐?”
로건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무슨 죽을죄를 지었길래 그렇게 개무시 당하는데. 피곤해서 싫다는 걸 덮치기라도 했어?”
스티브는 입을 딱 벌렸다. 그러나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클린트가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식탁에 처박았다.
“그랬을 때도 이만큼 심하지는 않았어.”
‘.........한 적 있는 거냐?’
“내가 좀 죽을죄를 짓긴 했지만, 하지만, 평소에 전혀 사귀는 것 답게 굴지 않은 건 필이 더했다고? 안 그래 캡틴? 어딜 보면 나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던 것 처럼 보이냐고. 내가 딴 여자들하고 장난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사람이,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말 한 번 실수한 거 가지고 그렇다면 나 같은 건 이제 필요 없단 식으로 나와도........”
“직장 동료지? 그러니까 팀의 사기라든가 등등 정책적인 문제로 비밀로 하는 게 낫다는 관계였지?”
로건이 물었다.
“어..... 뭐 그렇지.”
“그 사람은 바람, 시늉으로라도 딴 사람하고 노닥거린 적 있어?”
뜻밖의 질문에 클린트는 기억을 더듬었다.
“아, 아니.”
로건이 한숨을 쉬었다.
“바보 녀석, 그렇게 성실한 사람이라면 진지하지 않은 데 몸을 섞을 리가 없잖냐.”
클린트는 벼락에 맞은 것 같았다.
“그, 그럼 처음부터?”
로건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한 두 마디 듣고 말하긴 그렇다면 나 보기에는 그렇다.”
클린트는 울어야 좋을지 웃어야 좋을지 몰라 얼굴만 일그러뜨렸다.
“참나, 내가 어지간히 오래 살긴 했나 보군. 이 내가 딴 놈한테 연애 충고를 해 주는 일이 다 생기다니.”
로건이 투덜거렸다.
“아무튼, 무슨 죽을죄인지는 몰라도 먼저 사과를 해. 전화같이 간단히 끊을 수 있는 거 말고 직접 찾아가서 사과 받아주겠다고 할 때 까지 붙잡고 늘어지라고. 안 되면 무릎 꿇고 싹싹 빌어서라도. 지금은 쪽팔리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제일 쉽고 간단하고 뒤탈이 적은 방법이야.”
스티브는 새삼 로건을 다시 바라보았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바뀌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로건, 혹시 거기서 애인 사귄 거야?”
스티브의 물음에 로건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뭐........ 그래.”
로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고 애쓰는 티가 역력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서 선생 노릇도 하고 학교 심부름도 하고 술도...........”
“그만.”
로건이 이를 으드득 갈았다.
“안 말해줘도 잘 아니까 상기시키지 말라고.”
스티브는 그만 웃어버렸다. 저 야생 동물 같은 사내를 길들이다니 어떤 대단한 아가씨인지 호기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지.....”
클린트는 홀로 아직 먹구름이었다. 스티브는 어리둥절했다.
“뭐가 문제야, 당장 가서 그 때는 당황해서 말을 실수했다고, 당신도 아이도 소중히 하겠다고 말하면 되는 문제잖아?”
“하지만..... 필이 과연 내 청혼을 받아줄까?”
스티브는 클린트가 저런 소릴 했다는 데 너무 놀란 나머지 옆에서 로건이 기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게, 나도 내가 이런 소리 하는 거 안 어울린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잘 생기고 매력적이고 머리도 좋고 싸움 실력도 어쩌고 하긴 해도, 까놓고 말해 난 애인으로는 몰라도 결혼상대로 선호할 만한 인물은 아니잖아.”
“.......너 아까 콜슨은 너 이상으로 진지할 거라는 말 대체 어디로 들었.....”
“그렇다 해도, 아이라고. 나 같은 게 애 아빠가 되었다가 애가 삐뚤어질까 겁난다고 하면 어떡해?”
“이미 아이가 생긴 이상 그런 거 따지는 건 무의미하지 않아?”
“어이, 잠깐만.”
로건이 끼어들었다.
“방금까지, 남자 이야기 하던 거 아니었어?”
“응?”
스티브는 당황했다. 물론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로건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연애 이야기니까 당연히 상대는 여자려니 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가 여자라면 저렇게까지 여자 향수나 화장품 냄새가 한 톨도 안 날 수는 없다고.”
“남자야.”
클린트가 자포자기한 어조로 말해버렸다.
“필 콜슨. 실드 요원이고, 일단 내 상사고, 언제나 냉정침착하고 옷차림도 칼같이 단정하고 하여간 약점이라곤 없지. 이마가 좀 넓은 거 말곤 어디로 보나 완벽 그 자체야.”
스티브는 그런 말은 콜슨한테 가서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태클 걸고 싶어졌다. 물론 이마는 빼고.
“그런데, 아이가 생기다니?”
“그게....”
스티브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와서 기밀이라고 빼 봐야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남자인데, 임신을 했어.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지금은 이전 하이드라 기지를 공격했을 때 신의 힘이 담긴 액체라는 걸 뒤집어써서 그렇게 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어.”
“뭐?”
로건은 몹시 놀랐다. 그가 스티브에게 덤벼들듯 다가가 팔을 붙들었다.
“신의 힘? 아, 아니, 뭐건 간에, 그거 혹시 여분 있냐!”
“.......여분?”
놀라는 건 당연하지만 이건 좀 예상과 달랐다.
“그래, 뭐 샘플로 남겨뒀다던지, 그런 건 연구용이라는 명목으로 보관하고 그러잖아?”
못 준다고 하면 빼앗기라도 할 기세인 로건을 보면 스티브와 클린트는 나란히 뜨악해했다.
“그, 그런 건 갖다 뭐하게? .................................. 설마, 임신이 하고 싶은 거야?”
“누가 내가 한댔냐! 당연히 스카티한테.....”
“그건 누군데?”
클린트가 물었다. 그리고 로건은 흡하고 입을 다물었다.
“엑스맨들 중 하나겠지.”
스티브가 천천히 말했다.
“남자일거고. 그럼 이름은 아마도 스캇. 자비스?”
-스캇 서머즈. 일명 사이클롭스라고도 하는 엑스맨의 필드리더이고 학교의 수학선생이기도 합니다. 특수 능력은 옵틱 블라스트.
로건은 긴장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스티브는 한숨을 섞어 확인했다.
“다른 스캇이나 기타 스카티가 될 만한 이름은 없는 거 맞지?”
-예.
“알았어. 고마워.”
-별말씀을.
“A. I. 집사야. 토니 스타크가 만든.”
클린트가 로건에게 설명해주었다.
“‘그’ 사이클롭스가 애인인거야?”
스티브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눈에서 빔이 나와 산도 부술 수 있는 사이클롭스는 돌연변이들 중에선 유명한 사람이었다. 활동도 그렇고. 그런데.
“결혼 한 줄 알았는데.”
“했겠지. 다른 세계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또 다른 현실인지 뭔지에서 서너 번쯤은. 아마 몽땅 진이나 진의 환생이나 클론이나 전생이나 기타등등하고.”
로건은 넌덜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 집안이랑 얽히면 하여간 단순한 게 없...... 아무튼, 적어도 ‘지금 여기에선’ 그 녀석 내 애인이야. 누가 뭐래도 내꺼라고. 알겠어?”
남의 애인, 그것도 자기보다도 큰 남자 애인을 뺏을 생각 따윈 조금도 없는 스티브는 얼른 양손을 들어올렸다.
“근데 정말 그 약 남은 거 없냐?”
로건이 구슬프게 물었다.
“..........미안.”
자기가 왜 미안해야하는지 모르면서도 스티브는 미안해했다.
“샘플이라면 남아 있지만 문제의 그...... ‘능력’은 사라진 뒤라고 실드 고문마법사가 그랬어.”
로건은 식탁에 엎드렸다.
“그 녀석 순 진하고 사이에서만 애가 있다고. 툭만 하면 미래인지 딴 세계에서인지 심지어는 과거에서도 녀석 애들이라며 아들딸이 찾아오곤 하는데 어째 죄다 진이거나 적어도 진과 같은 유전자..... 나도 스캇하고 애 만들고 싶어~.”
“.....어쩐지 나 고민한 게 바보 같아.”
클린트가 말했다.
“필도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애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 거야. 사실 둘 다 남자라는 것만 빼면 갑자기 애가 생겨서 당황한 김에 싸우고 오해하는 커플 같은 건 로맨틱 코미디로도 안 만들어질 흔해빠진 이야기잖아, 안 그래?”
그 한 가지가 더할 나위 없이 유니크하긴 하지만 스티브는 동료 된 도리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최소한 저 동네 보다는 나은 것 같고.
“가볼게.”
클린트가 일어섰다.
“아직 화가 나 있다면 빌지, 뭐. 상황이 어쨌든 내가 실수한 건 맞으니까.”
“그래. 행운을 빈다.”
클린트가 식당을 나갔다. 스티브는 로건 옆에 앉아 그의 등을 토닥였다.
“기운 내. 사랑의 결실이란 게 꼭 아이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럼 달리 뭐가 있는데?”
“어, 으, 엄.... 그, 결....혼 같은 것도 있고? 이제 남자끼리도 결혼 가능하다는 것 같은데.”
“그거야 자비에 맨션도 뉴욕주 내에 있으니까 가능은 하지만...... 좀 더 시공을 초월할만한 게 뭐 없을까.”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증거.
‘빅토리안 로맨스를 찍고 싶은 거냐?;;;;;’
상황은 나름대로 이해하지만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뒷골이 띵했다. 자기는 대체 어떤 세계에 깨어난 걸까 스티브가 새삼 자문에 빠져있는 동안 로건이 맥주를 한 병 다 들이키고 식탁에 턱 내려놓았다.
“생각해 보니까 그 놈 열 받네.”
“응? 누가?”
“클린트라는 녀석 말이야. 세상 모든 게이 커플의 꿈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기뻐하기는커녕 바보 같은 소릴 해서 채였다는 거잖아?”
“아직 채인 건 확정 안.......”
“너 같으면 화 안 나겠냐! 필요 없으면 날 달라고 하고 싶다고!”
“그래. 그렇겠지.”
스티브는 만사 포기하고 자기도 맥주 한 병을 땄다. 맥주는 고사하고 보드카를 병째 들이부어도 취할 리 없는 자신이지만 적어도 기분은 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막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로건이 벌떡 일어났다.
“난 슬슬 돌아가 봐야겠다.”
“..........스카티가 기다려서?”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자고, 오래 묵은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방금 대답 피했지, 그렇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스티브는 웃으며 로건을 배웅했다. 이것저것 골 때리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엣 친구를 만난 것도 반가웠고 어쨌든 클린트 일도 해결이 된 셈이니까. 이만하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스티브의 그 소박한 만족감이 박살나는 데는 채 5분도 더 걸리지 않았다.
“큰일났어, 스티브!”
식탁을 정리하고 막 저녁식사준비를 하려는데 나타샤가 뛰어 들어왔다.
“콜슨이 사표 내고 사라졌대!”
“뭐라고?!”
- 2012/01/26 17:30
- redring.egloos.com/5598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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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바의 차는 과연 넓어서 이들을 다 태우고 달릴 수 있었다. 물론 정원은 초과했지만 이미 헬기나 소형 스포츠카에도 다 우겨들어가 봤던 일당들에게 대형 리무진은 정원 초과라는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바쿠라네 집에서 학교까지는 금방이었다.
“어, 교문이 열려 있네. 이 시간이면 정문도 잠그는데.”
그새 안정을 찾은 죠노우치가 창밖을 내다보고 갸웃했다.
“그야 미리 간다고 연락을 해놨으니까.”
“응? 누구한테.....”
물으면서 답을 깨닫고 유우기는 입을 다물었다.
‘따라오길 잘했다. 그치, 또 하나의 나?’
-카이바는 자기 보호 본능이란 게 없는 건지.
평소엔 쓸데없을 정도로 경계심 만땅이면서 꼭 묘한 타이밍에 무방비하다니까.
‘그래도 자기 보호 본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거야. 사람인데.’
-모쿠바나 블루아이즈 보호 본능의 반의 반의 반만큼은, 아마.
“Welcome, 카이바 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이바의 자기 보호 본능이 얼마나 빈약한지 제대로 드러났던 사건의 원흉이 방긋 웃으며 나타났다. 유우기는 잠깐이나마 이대로 차 몰고 딴 데로 가버리자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카이바는 이미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준비는 다 됐겠지.”
“물론입니다. 카이바 보이의 소환수는 언제라도 소환 가능한 상태예요.
그런데 예정에 없던 guests가 눈에 띄는군요.”
유우기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카이바 곁에 가 섰다.
“카이바군은 우리도 시운전에 참가시켜준댔어.”
페가수스는 유우기를 바라보다 카이바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전교생의 소환수가 시험가동 가능한 상태잖아? 세부 디자인이나 장비는 아직 미정이라고 해도 오늘의 시운전 정도엔 쓸 수 있다.”
페가수스는 유우기에 뒤이어 차에서 줄줄줄 내리는 면면들을 죽 훑어보고 어깨를 으쓱 했다.
“마음대로 하시죠. 게다가 이 인원이라면 유우기 보이와 죠노우치 보이, 바쿠라 보이는 전투복 데이터도 이미 준비되어 있답니다.”
“뭐?”
유우기 일당들 뿐 아니라 카이바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프로젝트 출범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우리 세 사람을 우선한 기준은 뭔데?”
카이바와 유우기가 거의 동시에 물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죠. 먼저 이 세 사람은 제가 직접 본 적도 있고 배틀 시티 중계영상도 있어 화상 데이터가 풍부합니다. 학생증 사진 갖고 때려 맞춰 아직 한참 손질을 거쳐야 하는 다른 학생들보다 손대기가 쉬웠죠.
그리고 셋 다 듀얼리스트이다 보니 덱의 이미지를 이용하면 장비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도 쉬워요. 카이바 보이의 백룡갑옷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이바 보이가 전교 상위권인데 비해 바쿠라 보이는 중위권, 유우기 보이와 죠노우치 보이는 전교 최하위권이니 성적에 따른 기준치를 잡기에도 딱 적합했습니다. 어때요. 두 사람 모두 답이 되었습니까?”
카이바는 고개를 끄덕이고 유우기와 죠노우치는 푹 좌절했다.
“잘 됐네. 어서 하자. 내 소환수가 어떤가 보고 싶어.”
바쿠라가 방실방실 웃으며 유우기와 죠노우치를 다독였다.
페가수스는 듀얼 디스크 초기형과 비슷하게 생긴 소환기를 꺼냈다.
“그럼 일단 한 사람 해보고 점차 인원을 늘려봅시다. 과목은 영어입니다.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준이고요.”
“여기서?”
이들은 아직도 주차장에 있었다. 카이바가 서류철을 꺼내들었다.
“말했잖아. 교내 여기저기서 다 해볼 거라고.
그럼 시작한다. 장소는 주차장. 과목 영어. 첫 소환자는 바쿠라 료.
교사가 소환기를 on 상태로 만들면 학생이 음성입력으로 소환한다. summon이라고 외치면 된다.”
페가수스가 버튼을 누르자 바쿠라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시동어를 외쳤다. 발 앞에 빛무리가 모이고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카이바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고. 이런 효과를 꼭 넣어야 했나?”
“학생들은 이걸 더 좋아할 겁니다. 장담하죠.”
빛무리가 사라진 자리에 전장 30~40cm 정도의 조그마한 SD 바쿠라가 나타났다. 동그란 보라색 눈망울이 무척 귀여웠다.
복장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의 화려한 턱시도 위에 주홍색으로 안감을 댄 검은 벨벳 망토. 손엔 서유럽식 기병도를 쥐고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
“정답입니다. 마침 머리칼도 은발이고 아주 잘 어울리지 않나요? 물론 카드 몬스터는 칼은 들지 않았지만 소환수 전투는 좀더 실감나는 전투 모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첨가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천년 링도 걸고 있어요. 어울리게 옷을 손질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페가수스는 꽤 자랑스러운 듯 신나서 설명했다. 확실히 이 소환수는 모두들 감탄해서 바라볼 만큼 귀여우면서도 섬세하고 화려했다.
“와, 진짜 천년 링도 있네.”
바쿠라는 쪼그리고 앉아 소환수와 시선을 맞추었다.
“마음에 들어. 귀엽다.”
“Thank you, 바쿠라 보이.”
“움직여 봐라. 공격 명령도 해보고.”
카이바는 서류철에 뭔가 체크하고 있었다.
바쿠라의 소환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걷고, 뛰고, 친구들의 다리 사이로 돌아다니다 안즈에게 걷어채이고......
“어, 그냥 통과하네?”
멀쩡한 얼굴로 올려다보는 바쿠라의 소환수를 피해 안즈가 슬슬 물러났다.
“당연하지. 솔리드 비전에 물리적 실체는 없어.”
카이바가 기록을 계속하며 단언했다.
“시각을 공유하거나 하지도 않으니 치마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안즈는 소환수에게서 1m 넘게 거리를 벌렸다. 바쿠라도 얼른 소환수를 자기 곁으로 불러들였다.
“미안해. 엿보려던 게 아니었어.”
“네놈들 내 말을 반대로 들은 거냐?”
카이바가 발끈하자 페가수스가 중재하듯 끼어들었다.
“자, 자.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맙시다. 이건 어둠의 게임도 아니니 카이바 보이 말이 옳아요.”
“그런가?”
죠노우치가 미심쩍은 눈으로 소환수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요. 어둠의 게임일 때나 아닐 때나 카드 몬스터의 공격으로 나가떨어지거나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거나 정신 데미지를 입은 적은 있지만 시각을 공유한 적은 없지요?”
“아.”
“그건 그랬어.”
유우기도 죠노우치도 바쿠라도 안즈도 다같이 끄덕이며 납득했다.
“오컬트 광들이 하는 생각이란.”
카이바 혼자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아무튼 이젠 내 것을 소환하지. summon!”
곧 카이바의 앞에도 마법진이 떠오르며 빛이 솟았다. 인상적인 효과음과 함께 청백색 후광이 비치며.......
“잠깐, 바쿠라 때랑 너무 다르잖아?”
죠노우치가 카이바에게 따지고 들었다.
“학년 석차 50등 이내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특전입니다.”
답은 페가수스가 했다.
“밤에 하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주변이 어두운 만큼 더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어차피 실제로 도입한 후엔 낮에 주로 소환할 텐데, 뭘.”
정작 카이바는 별로 감명받지 않은 듯 마침내 나타난 자기 소환수를 날카로운 눈으로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니까 전부 주문한 대로고 장난 같은 거 안 쳤다니까요.”
솔직히 장난을 걱정하기에 이 소환수는 척 봐도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이미 프린트로 봤으니까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유우기도 막상 솔리드 비전으로 직접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렸다던가 하는 건 바쿠라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조그만 SD 카이바에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뾰족한 눈매 사이로 동그란 파란 눈동자가 때록 굴렀다.
‘.......!!!’
조그마한 머리가 살짝 움직였다. 눈이 마주쳤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SD 카이바가 유우기를 향해 톨톨 뛰어왔다.
‘........@_@#%@#^;;;걓쌿!?’
꼼짝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사이 소환수는.......유우기를 지나쳐 죠노우치의 발등을 랜스로 콱 찍었다.
“아~~~악! 무슨 짓이야!”
죠노우치가 걷어차는 궤도쯤 예상했는지 소환수는 잽싸게 옆으로 비켜 주인 곁으로 돌아가버렸다.
“뭐야, 아프냐? 실체가 없다고 했잖아?”
카이바는 태연하게 고개만 갸웃했다.
“농도가 너무 높은가? 아냐. 그럴 리 없어. 같은 투사기를 쓰는데 바쿠라의 소환수는 안즈가 걷어차도 매끄럽게 통과했단 말이지.
그럼 이건 명백히 범골이 엄살부린다는 결론이다. 신발에 찍힌 자국이라도 남았다면 모를까.”
죠노우치의 운동화는 매정하게도 멀쩡했다.
“하지만 아팠다고! 진짜로!”
“영상이 사실적이니까 환각이 느껴진 거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너나 찔려보시지!”
“좋다.”
카이바는 태연하게 몸을 숙이고 소환수에게 손을 뻗었다. 소환수의 랜스가 그 손을 마구 찔러댔다.
“솔리드 비전의 개발자가 난데 이제까지 만져본 적 한 번 없었을 것 같나? 쓸데없이 오컬트 망상에나 얽매이니까 진짜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전원이 끊긴 냉동창고에 갇혀서 얼어죽은 사례도 있듯이 말이다. 네놈도 언젠가 그런 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군.”
“그렇게 확실하면 아예 아무도 안 찌르면 되잖아.”
죠노우치를 붙잡고 다독이면서 유우기가 중얼거렸다.
“자, 그럼.”
자학 플레이로밖에 안 보이는 짓은 다행히 금방 그만두고 카이바가 다시 일어났다.
“일대 일 대전을 해볼 차례군.”
“나하고?”
바쿠라가 찔끔했다. 페가수스는 소환기의 디스플레이를 읽었다.
“겁먹을 것 없어요, 바쿠라 보이. 95점 대 70점이면 그렇게 일방적인 승부도 아니잖아요?”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본 시험이라 별로였던 건데.....”
“카이바 보이는 그때 혼수상태였기 때문에 아예 시험을 못 봤습니다. 이건 며칠 전 교무실에서 혼자 치른 거예요.
절차상의 온갖 문제를 눈감아주는 대신 점수를 좀 깎았으니 별로 바쿠라 보이보다 유리할 건 없었습니다.”
“깎아서 95점?”
“고등학교 영어 시험 정도가 그럼 문제를 못 풀어서 95점이겠냐?”
바보들 뿐 아니라 중간 그룹까지 한 방에 뻗게 만들어놓고 카이바는 소환수를 조종해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러고보니 바쿠라의 소환수는 어디 갔지?”
카이바가 흠칫 놀랐다. 어느새 그 등 뒤에 숨어있던 바쿠라의 소환수가 기병도를 겨누고 랜스의 공격범위 안으로 파고들었다.
첫 일격은 바쿠라의 차지다 - 라고 모두 생각하는 찰나 카이바의 소환수는 가볍게 땅을 찬 것만으로 랜스를 쓰기 적당한 거리까지 물러났다. 그리고는 당황한 바쿠라의 소환수를 일격에 꿰뚫어버렸다.
게임 오버 장면에 적당할 것 같은 짤막한 효과음과 함께 바쿠라의 소환수가 사라져버렸다.
“이런, 일격에 결판이 났군요.”
“뭐?”
“공지 프린트에 있었을 텐데요? 랜스라는 무기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체력과 속력에 따라 데미지가 배가되는데 카이바 보이는 이미 능력치도 최상이고 타격부위도 정확히 심장이었으니 치명타가 나올 수밖에요.”
“맞아. 대신 무겁고 다루기 불편해서 과목당 80점 미만이면 못 쓴댔지.”
유우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골 주제에 분수에 안 맞게 무거운 무기를 써봤자 들지도 못하고 자멸할 거다. 당연하잖나.”
분명 강력한 장비에 레벨 제한이나 능력치 제한이 있는 RPG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이렇게 들으니 아득했다.
보통의 RPG라면 광렙이라는 게 있지만 성적은.
“프린트에도 적혀있던 얘기지만 자기 능력치 내에서 고를 수 있는 무기 옵션이 몇 가지 있습니다. 곧 희망사항에 대한 설문지도 나눠줄 테니 다들 잘 생각해서 고르세요.”
페가수스가 다시 소환기를 조작했다.
“방금처럼 치명타를 입고 점수가 0이 되면 추가 시험을 보거나 과제를 줘서 소환수를 ‘살릴’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만 지금은 시운전 중이니 바쿠라 보이의 소환수는 그냥 바로 reset해드리죠.
그리고 다수의 소환수를 한꺼번에 소환할 때의 부하를 살펴봅시다.”
곧 바쿠라의 소환수가 처음 모습 그대로 다시 나타났다.
“나머지 학생 전부 한꺼번에 소환하겠습니다. 준비됐나요?”
죠노우치가 얼굴을 구겼다. 자기 점수에, 제작자는 페가수스와 카이바. 지금이라도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싶어지는 조건이었다.
“꼬리 말고 도망갈 놈은 지금 도망가도 돼.”
한껏 거만하게 코웃음치며 카이바가 퇴로를 차단했다.
“누, 누가 도망간다고! 그런 무식한 무기 좀 들어서 이 죠노우치님을 겁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사몬!”
“summon입니다. 발음 조심하세요.
음성입력의 맹점으로 소환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혹시 다른 불이익이 있는 거야?”
유우기가 자기 소환 선언 전에 일단 물었다.
“망신살 뻗치는 거죠.”
“......현실적이다.”
오토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죠노우치의 소환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키보드를 안 누른 거나 마찬가지의 단순 입력 실패일 뿐이고 소환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투도 성립하지 않으니 달리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어.”
카이바는 그게 꽤나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걸로 충분히 심각한 불이익 아냐?”
방금 전 페가수스의 발음을 속으로 열심히 되뇌면서 혼다가 중얼거렸다.
“summon정도, 어려운 발음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쉬운 낱말이다. 학습의욕을 키우기 위한 시험소환 시스템인데 그 정도도 못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지. 게다가 지금은 망신이라고 해봐야 보는 건 네놈들 뿐이잖아.”
‘카이바군이 그렇게 비웃고 있으면 이미 전교생이 지켜보는 거나 비슷한 수준의 창피인 거 같은데.’
유우기도 일단 입속에서 서몬, 서몬 하고 연습해보았다.
“준비되면 셋을 세겠습니다. 다들 동시에 외쳐주세요.”
오토기는 카이바를 돌아보았다.
“그러면 목소리가 겹쳐서 잼이 생길 것 같은데 괜찮겠어?”
“그러니까 테스트를 하는 거다. 어디까지 인식 가능한가 한계를 알아야지. 네놈도 게임을 디자인할 때는 일부러 문제 상황을 설정하고 버그를 확인하지 않아?”
“그렇군.”
마침내 혀 굴리기 연습을 끝낸 일동은 둥그렇게 섰다. 페가수스가 구령을 넣었다.
“One, two, three.”
“서몬!”×5
이번엔 무사히 다섯 명 모두 소환해냈다. 혼다, 안즈, 오토기의 소환수는 아직 프로토 타입이므로 교복. 무기도 없었다.
그리고 유우기.
“매미 잡으러 나가는 시골 초등학생 같아.......”
잠자리채는 용케 아닌 긴 장대를 들고 뉴비 캐릭터 티가 폴폴 나는 좋게 말해 소박하고 바로 말해 빈티나는 천옷을 입은 SD 유우기가 주인님을 올려다보았다.
“그 점수에서는 목검조차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장대로 했습니다만 맨손 쪽이 나을까요?”
“.....장대가 좋아.”
이 소환수 디자인의 가장 사악한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유우기는 얼굴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엉성하거나 안 예뻐서가 아니었다. 도리어 그 특이한 머리를 최대한 화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잘 살렸고 동그란 눈동자도 귀엽게 반짝였다. 바쿠라와 마찬가지로 초소형 천년 퍼즐까지 걸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엉성한 초보옷과는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았다.
“점수를 올려 좋은 장비를 갖추면 단번에 귀티나는 모습으로 바뀔 겁니다. 저학력권 학생들에게도 적절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카이바도 유우기의 소환수는 지금 처음 보는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는 가운데 페가수스 혼자 빙긋 웃고 있었다.
“격려와 갈굼을 한 큐에 클리어하다니 과연 천년 눈이 없어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
도적왕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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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통신문] 장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하시오.
마자키 안즈: 미국으로 건너가 댄서가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 파격적인 꿈이지만 당당한 그 태도가 좋습니다.
무토 유우기: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최고의 게이머이자 게임 마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 아직 살아계신 줄만 알았어요. 선생님이 그동안 생활 지도에 소홀했던 거라면 용서해줘요.
카이바 세토: 이런 얕은 수작으로 남의 사업 전망을 엿보려 들다니 십 년은 이르다!
-선생님의 한 마디: 이대로 이사장 선생님한테 가져가야 하는 선생님 생각을 해줄 리 없겠죠, 물론.
- 2012/01/25 10:44
- redring.egloos.com/559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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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간들은 굉장해.”
팬케익 한 장을 통째로 입 안에 밀어 넣으며 토르가 몹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들어 내다니.”
“굉장하다고 할 만한 건 못 돼. 간단한 요리일 뿐인걸.”
스티브가 미소 지었다. 토르는 정말로 맛있게 먹어주기 때문에 요리하는 보람이 있었다.
“아니, 스티브가 대단한 거 맞아.”
나타샤가 마지막 남은 팬케익을 채가며 말했다.
“내가 하면 이렇게 폭신폭신하게 안 되는걸.”
“앗, 마지막 조각이!”
토르가 씹다 말고 소리쳤다. 나타샤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덥석 물었다.
“싸우지 마, 더 만들고 있으니까.”
어쩐지 자기가 애 엄마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스티브는 세 번째 반죽을 휘저었다. 토르가 있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대량으로 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적당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반죽을 붓자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어쩌면 토르 뿐 아니라 다른 배고픈 어벤저들도 모여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티브는 반죽을 한 사발 더 만들까 고민했다.
콰당-!
식당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안에 있던 세 사람은 누가 이렇게 팬케익을 몹시 먹고 싶어 하는지 쳐다보았다.
콜슨이었다.
“스타크씨 여기 있습니까?”
“어...... 아니.”
“토니라면 자기 실험실에 있지 않을까?”
콜슨은 고개만 끄덕이고 도로 나갔다. 팬케익 냄새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시선을 교환했다.
“토니 또 뭐 사고 친 거지, 그렇지?”
“콜슨 무지 화가 나 있는 것 같던데.”
스티브는 생각했다. 저대로 놔두면 절대로 우호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했으면 혼이 나는 건 마땅하지만 또 한 시간씩 잔소리를 듣고 숙제를 떠안는 건 토니가 가엾었다.
“가 보자.”
스티브가 가스렌지 불을 껐다.
나타샤도 토르도 일어났다. 캡틴표 팬케익을 더 못 먹는 건 아쉽지만 팀원의 목숨과 안녕이 팬케익보다 중요하다는 것 쯤 이들도 알고 있었다.
‘더 먹었다간 살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나타샤는 남몰래 생각했다.
콜슨은 토니의 실험실 문 앞에 가 섰다.
-죄송합니다만 콜슨 요원, 스타크씨는 연구 중에 누구도 들이....
“여십시오. 아니면 부수고 들어가겠습니다.”
자비스가 망설였다. 콜슨은 자물쇠 파괴용 소형 폭탄을 꺼냈다.
자비스가 문을 열었다. 콜슨은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자비스? 내가 아무도...... 콜슨? 대체.”
콜슨은 토니의 멱살을 쥐고 그를 벽에 밀어붙였다.
“콜슨?”
“긴말 맙시다. 당신이 실드의 내부 네트워크를 해킹할 수 있다는 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해킹했다고, 그래서 내 의료 정보에 손댔다고 자백하십시오. 지금이라면 테이저 한 발 정도로 용서하겠습니다.”
“뭐, 뭐? 뭐?”
토니는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실드를 해킹 한 적이... 적어도 최근에는 없는 것은 물론이다.
“왜 이래, 내가 뭘 어쨌다고?”
“장난도 정도껏이란 거 모릅니까? 아무리 내가 최근에 당신을 괴롭혔기로서니......”
“하! 괴롭혔다는 건 인정하는 거야, 지금?”
콜슨은 두말하지 않고 테이저 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토니의 턱 밑에 갖다댔다. 그리고 잠깐 다시 생각하고는 토니의 명치끝을 겨누었다.
“노, 농담이지?”
토니의 말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대체 왜, 뭐 땜에 이러는 건진 몰라도 이거 잘못하면 난 죽는다고?”
“예. 그러니 진지하게 답하십시오.”
콜슨은 진심이었다. 토니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콜슨? 뭐 하는 거야, 지금?”
스티브의 목소리에 토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콜슨이 갑자기 미쳐버렸는지는 몰라도 스티브와 토르와 나타샤가 힘을 합친다면 그를 안전하게 떼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콜슨,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설명해줘.”
나타샤가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왔다.
“토니가 무슨 바보짓을 얼마나 했든, 멱살부터 잡고 보는 것 보다는 더 좋은 해결책이 있을 거야.”
“바보짓 안 했어!”
토니가 비통하게 외쳤다.
“적어도 콜슨이 말하는 것 같은 바보짓은 안 했어! 실드 네트워크에 침입하지도 않았고 의료 기록 같은 건 전혀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의료기록?”
나타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콜슨.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좀 설명해주지 않겠어? 우선 토니는 좀 놓고. 정말 토니 잘못이면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으니까.”
블랙위도우가 그렇게 말하니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콜슨은 토니를 놔주었다.
“오늘 위궤양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하러 갔다가 해괴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벤저들하고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콜슨이 해괴하다고 표현하는 일이면 심상한 문제일 리 없었다.
“의사 말로,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제가 임신 3개월이라고 합니다.”
나타샤도 스티브도 심지어 토니마저도 충격에 말을 잃었다.
“그러니 제가.....”
“축하해, 콜의 아들.”
토르가 호기롭게 콜슨의 어깨를 안았다.
“............네?”
“왜들 그래?”
토르는 입을 딱 벌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지구인들은, 아이가 생기는 걸 축하할 일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
한참 만에 책임감에 등 떠밀려 스티브가 나서서 설명을 시도했다.
“저....... 아스가르드에서는 남자가 임신을 하는 게 흔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지.”
“아니, 아스가르드에서도 몹시 드문 일이야. 로키가 예외지.”
“........로키?”
토니의 귀가 쫑긋 섰다.
“가만, 그래, 그러고 보면 북구 신화 중에는 로키가 말을 낳는 이야기 같은 게 있었......”
말하다 말고 토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거 진짜였어?!”
토르가 입을 열려는데 스티브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 잠깐만. 우리 원래 화제에서 도피하지 말자고. 그러니 문제는, 콜슨의 검사 결과가 음.... 임신으로 나왔다는 거지?”
말하며 스티브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토니의 못된 장난이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토니를 위협하고 있었던 거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건 토니보다는 로키가 칠법한 장난이긴 하다.”
나타샤가 말했다.
“토니라면 임신보다는 좀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것 같아. 시한부라던가 뭐 그런 거.”
“하지만 로키가 왜 콜의 아들에게 그런 장난을 치는데?”
토르가 말했다.
“로키가 심술궂고 가끔은 잔인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장난으로 누굴 임신시키지는 않아.”
“임신은 확정입니까?”
콜슨이 물었다.
“여기 치료사가 그렇게 말했다며?”
“그것만 가지고.....”
“자자, 간단하게 생각을 해보자고.”
토니가 말했다.
“의사는 삼 개월이라고 했다고?”
“11주에서 12주 정도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 시기 동안 뭔가 의심 갈만한 활동이 없었으면 문제 끝 아냐?”
“의심 갈만한 활동이고 뭐고, 그저 인간 남성일 뿐인 제가......”
말하다 말고 콜슨이 심각해졌다.
“어쩌면......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야?”
스티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혹시라도 지난 70년간 남자도 임신할 수 있도록 인류가 진화했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다만...... 그 신 용액.”
“................응?”
토니가 더듬거렸다.
“하지만..... 그 이후 아무리 검사했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요새 우리들의 슈퍼 악당들과 가장 가까운 ‘신’이 누구입니까?”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에, 그 가짜인줄만 알았던 신 용액이 어떤 식으로든 로키와 연관이 있는 거라면........
“그럼 콜슨이 지금 로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게 되는 거야?”
토니가 소리쳤다. 그리고 콜슨이나 스티브나 누가 그를 말리거나 입다물게 하기도 전에 남은 어벤저 중 한 명이 실험실에 들어왔다.
“콜슨이 뭐라고?”
클린트였다. 토니는 그의 환상적인 타이밍을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자기의 입을 반성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염색체 검사와 MRI는 퓨리와 자비스와 스티브가 어벤저 전원을(=스타크) 감시 감독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결과는 명백했다. 콜슨은 성염색체 XY인 남성이고, 또한 임신 중이었다.
“로키의 아이인 건 아닐 거야. 아마도.”
검사 끝내고 콜슨이 나오는 걸 모두 모여 기다리면서, 브루스가 건드리면 터질 듯이 팽팽하게 저기압인 클린트를 위로하려고 노력했다.
“그 때 임신이 된 거라면 3개월이 아니라 6개월이어야 하잖아?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잠깐, 왜 내가 그걸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클린트가 폭발했다.
“물론 동료니까 걱정은 하지만 왜 나만 특별히....”
모두들, 심지어 퓨리까지도 클린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모종의 위협을 느낀 그가 한 걸음 물러섰다.
“왜, 왜 그래?”
“아니.... 뭐.”
나타샤가 고개를 돌렸다. 스티브가 헛기침을 했다. 토니가 히죽 웃었다. 토르가 눈을 깜빡였다.
“어, 친구들. 그러니까 콜의 아들과 매의 눈이 사귀는 건 비밀이었던 거야?”
클린트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
토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타샤와 토니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고 있었다. 스티브와 브루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애써 시선을 피했다.
“.......난 다들 알고 있는 줄 알고.”
“다들 알고 있는 거 맞아.”
마침내 토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 두 사람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토르의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
“모르다니, 자기들이 사귀는데 어떻게 당사자들이 모를 수가 있지?”
나타샤도 웃어버렸다.
“아, 정말, 토르. 그만 하라고. 클린트가 불쌍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너도 웃지 마.”
“뭐, 뭐야, 다들.”
클린트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심지어 퓨리조차 쓴웃음을 띄우고 있는 걸 보고 자기는 잘 감췄다고 생각해온 비밀이 전혀 비밀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콜슨이 대기실에 들어왔다.
“결과는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니 번거롭게...... 스타크씨? 왜 웃고 있는 겁니까?”
“아, 콜슨. 아니, 뭐 별건 아니고.”
말하면서도 토니는 계속 신경 쓰이게 킥킥댔다. 콜슨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바턴 요원?”
“클린트라고 불러!”
토니가 폭소하며 소리쳤다.
“뭘 새삼 삼가고 그래, 이미 아이까지 생긴 사이에!”
“야 임마!”
클린트가 토니에게 덤벼들었다. 스티브가 그를 붙들었다. 꼭 토니를 보호할래서가 아니라 여기서 싸움이 나면..... 금방 치료받을 수 있는 건 좋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환자들에게 폐가 될 뿐더러 지금 논의해야 하는 주제에서 벗어나버린다.
“클린트, 진정해.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놔, 스티브! 만약 네 애인이 애를 가졌는데 토니가 저 입방정을 떤다면 넌 용서할 수 있겠냐!”
스티브는 손을 놓았다.
“캡틴-!”
토니는 비명을 지르며 퓨리 뒤에 가 숨었다. 퓨리는 토니를 잡아 자기 앞으로 돌려 세웠다. 클린트가 그의 턱에 한 방 날렸다.
“자, 이제 원래 당면 문제로 돌아가도록 하지, 바턴 요원, 콜슨 요원.”
맞고 쓰러지는 토니를 자연스럽게 옆으로 치워버리고 퓨리가 말했다.
“우선 콜슨. 믿기 힘들겠지만 이건 현실이야.”
콜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아이 아버... 다른 쪽 아버지는 아마 바턴 요원이겠지?”
클린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퓨리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문제지만, 출산 휴가 일정을 잡아야겠군.”
“예??!”
클린트가 소리쳤다.
“추, 출산휴가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중절을 권할 생각이었나?”
퓨리가 되물었다. 클린트는 입만 뻐끔했다.
“하긴 이건 어쩌면 합법적인 중절 사유에 들어갈지도 모르겠군. 일단은 남자 몸이니 무사히 낳을 수 있다는 보장도 전혀 없고.”
“그건 아직 모릅니다.”
다른 누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콜슨이 말했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라면 분명 있지만 그건 문제가 생긴 다음 해결책을 찾으면 될 일입니다.”
“필, 낳을 생각이야?”
클린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바턴 요원.”
콜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에게 양육의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휙 걸어 나갔다.
“저,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말이지.”
토니가 비틀비틀 일어나며 말했다.
“너 방금은 나보다 더 했어.”
사람이 토니 스타크에게서 들을 수 있는 최대급 모욕을 당하고도 클린트는 그에게 또다시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토니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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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해주자면 클린트는 아이가 싫다거나 필하고 사이에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저 너무 뜻밖의 일에 놀라고 뭘 어째야 좋을지도 하나도 알 수 없고 당황하고 현실감 없어서 좀 말실수를 한 것에 불과한데 토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건 가엾죠. 콜슨하고 퓨리가 너무 침착해서 좀 클린트가 바보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저 쪽이 정상 반응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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